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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풍속과 절기

손돌목날(음력 10월 20일)이 뭐길래? 유래와 전설

by holloseogi 2025.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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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손돌목날이니 배는 띄우지 마라."

 

어르신의 한마디에 고개를 갸우뚱했던 경험, 혹시 있으신가요? 손돌목날은 얼핏 낯설지만, 음력 10월 20일이면 바닷길에 불어오는 유난히 차가운 바람과 험한 물살 속에 천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고려시대의 슬픈 전설이 담겨 있습니다.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닌, 고려 고종뱃사공 손돌의 이야기가 지금도 우리 곁에 살아 숨 쉬고 있죠.

지금부터 손돌목날의 유래, 손돌 바람의 의미, 그리고 손돌목이라는 지명이 가진 역사적 진실까지, 이 특별한 날에 얽힌 모든 이야기를 깊이 있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고려의 격동기와 충직한 뱃사공 손돌의 등장

13세기 초, 고려는 몽골의 침략으로 혼란의 정점에 있었습니다. 수도 개경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자, 고려 고종(재위 1213~1259년)은 1232년, 수도를 강화도로 옮기는 ‘강화 천도’를 단행합니다.

이때 강화도로 향하는 왕의 배 키를 잡고 있던 인물이 바로 김포 출신의 뱃사공 손돌이었습니다. 그는 강화도 인근 해역에 밝은 전문가로, 위험한 물길을 가장 안전하게 인도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죠.


손돌목날(음력 10월 20일)이 뭐길래? 유래와 전설

손돌의 억울한 죽음과 전설의 시작: 바다에 스민 한(恨)

하지만 손돌에게는 비극적인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시 정국은 간신과 모략이 판을 치던 시기였고, 손돌이 택한 여울목이 너무 험하다는 이유로 의심을 받게 됩니다. 결국 간신들의 모함에 휘말린 손돌은 '왕을 해하려 한다'는 누명을 쓰고, 그 자리에서 목이 잘려 처형당합니다.

손돌이 안내하던 길을 포기하고 다른 항로를 택한 왕의 배는 곧바로 암초를 만나 풍랑에 휘말리고 맙니다. 그제야 왕과 신하들은 손돌의 안내가 얼마나 정확하고 진심 어린 것이었는지 깨닫고, 큰 후회 끝에 손돌을 위한 무덤을 세우고 제사를 지냈다고 전해집니다.


손돌바람과 음력 10월 20일: 민초의 한(恨)이 담긴 추위

이후 손돌이 죽은 음력 10월 20일이면 이상하게도 바다에 유난히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고 합니다. 지역 주민들은 이를 ‘손돌바람’, 또는 ‘손돌추위’라 불렀으며, 그의 억울한 죽음이 자연까지 움직였다고 여겼습니다.

이 날만 되면 바닷길을 나서는 것을 피하고, 조용히 손돌의 넋을 위로하는 풍습이 생겼죠. 단순한 기상 현상을 넘어, 사람들은 이 바람을 억울하게 죽은 민초의 한(恨)으로 인식하며 깊은 경외의 마음을 품게 되었습니다. 이는 오늘날까지도 손돌목날의 중요한 의미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손돌목 지명, 그 안에 담긴 진실과 역사

손돌이 처형당한 여울은 이후 사람들 입에 '손돌이 죽은 목'이라 불리며, ‘손돌목’이라는 지명이 탄생합니다. 이곳은 실제로 경기도 김포와 강화도 사이에 위치한 바닷길로, 유속이 빠르고 암초가 많아 배들이 지나기 까다로운 위험한 수로였습니다.

그만큼 손돌의 판단은 경험에 기반한 정확한 선택이었으며, 그의 죽음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이곳은 ‘손돌공 진혼제’가 열리는 장소로, 그의 넋을 위로하고 전설을 계승하는 민속행사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손돌목은 단순히 지명이 아니라, 천 년의 역사가 흐르는 생생한 현장입니다.


민속신앙과 세시풍속 속 손돌목날의 의미

손돌목날은 단순한 역사적 사건을 넘어, 한국인의 자연관, 생사관, 제의 의식이 집약된 민속 신앙의 상징입니다. 『동국세시기』를 비롯한 고문헌에도 손돌날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으며, 이 날을 기리는 진혼제는 지금도 김포와 강화도 일대에서 치러지고 있습니다.

세시풍속의 일환으로 자리 잡은 이 전설은 계절의 흐름 속에서 사람들에게 경계와 기억을 심어주고, 공동체의 정체성과 연대감을 고취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손돌의 전설이 주는 현대 사회의 교훈

손돌의 이야기는 단순히 뱃사공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것은 권력의 오판과 소시민의 희생, 그리고 뒤늦게나마 진실을 인정하고 그를 기리는 인간의 반성과 책임감까지 모두 담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우리는 손돌처럼 억울하게 희생당하는 이들이 없도록, 진실과 정의를 살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손돌의 전설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오늘날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주는 교훈입니다.


마무리하며: 손돌목날, 기억하고 계승해야 할 우리의 유산

차가운 바람이 부는 날, 우리는 다시 뱃사공 손돌을 떠올립니다. 그가 건너려 했던 바다와, 그를 막아선 불신과 두려움, 그리고 그를 기억하려는 후대의 정성스런 마음이 손돌목날(음력 10월 20일)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손돌의 전설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바람으로, 지명으로, 제사로, 그리고 우리 민속 속의 기억으로.

손돌의 넋이 바다 위를 떠도는 이 날, 우리는 고개를 숙이고 말합니다.

"손돌공, 그 한을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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