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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풍속과 절기

음력 3월 3일 삼짇날의 유래와 풍속 (feat. 왜 제비가 돌아오고 화전과 쑥떡을 먹을까?)

by holloseogi 2025.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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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이 살살 올라오는 어느 날, 하늘을 올려다보면 어디선가 반가운 손님처럼 제비 한 쌍이 날아듭니다. 이때쯤이면 조용한 들녘에도 진달래가 피어나고, 쑥향이 물씬 풍겨옵니다. 음력 3월 3일, 삼짇날은 그렇게 봄의 한복판에서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는 날입니다. 도대체 왜 이 날 제비가 돌아오며, 우리는 화전과 쑥떡을 먹는 걸까요? 오늘은 삼짇날의 유래와 풍속을 따라, 그 따뜻한 봄의 의미를 되짚어보려 합니다.


음력 3월 3일 삼짇날의 유래와 풍속

🐦 음력 3월 3일 삼짇날이란?

삼짇날은 음력 3월 3일에 해당하는 전통 명절로, ‘삼월 삼짇날’이라고도 불립니다. 숫자 '3'이 겹치는 날이라는 점에서 양기(陽氣)가 충만한 날로 여겨졌으며, 고대로부터 봄의 절정을 기념하는 풍속이 자리잡았습니다. 이 날은 '상사(上巳)', '중삼(重三)', '답청절(踏靑節)' 등 다양한 이름으로도 불렸습니다. 중국에서는 상사절이 기원이며, 우리나라에선 신라, 고려시대를 지나며 고유의 세시풍속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 삼짇날의 유래 – 왜 '삼(三)'이 중요할까

전통적으로 홀수는 ‘양(陽)’의 숫자, 짝수는 ‘음(陰)’의 숫자로 여겨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3'은 작은 삼재(三才), 즉 하늘·땅·사람을 아우르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따라서 3월 3일은 ‘양기가 가득 찬 날’, 곧 좋은 기운이 충만한 날로 받아들여졌고,
이 날을 기념해 사람들은 봄을 맞아 밖으로 나가 신체를 정화하고, 음식을 나누며, 풍년과 건강을 기원했습니다.


🎎 고려시대부터 내려온 삼짇날 풍속

삼짇날은 고려시대 9대 속절(俗節) 중 하나로, 국가적으로도 공인된 명절이었습니다. 이 날은 단순한 풍습을 넘어 계절 전환의 의례였고, ‘계음(禊飮)’이라 하여 시냇가에서 몸을 씻고 술을 마시며, 악운을 씻어내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또한 궁중과 민간에서는 진달래꽃을 따서 전(煎)을 부치거나 쑥떡을 쪄 먹으며 가족 간 화합과 공동체 연대를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 제비는 왜 이 날에 돌아올까?

삼짇날은 ‘제비가 강남에서 돌아오는 날’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겨울이 지나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철새인 제비는 남쪽에서 북상하여,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이 시기가 음력 3월 3일과 거의 일치하기에, 우리 조상들은 이 날을 생명의 귀환과 희망의 시작으로 여겼습니다.

제비는 **길조(吉鳥)**로도 여겨져, 집에 둥지를 트는 것을 집안의 행운으로 해석했습니다. 제비가 돌아오면 논밭에 물을 대고, 본격적인 농사의 시작을 알리며, 동시에 봄이 정점에 다다랐음을 체감하였습니다.


🍵 삼짇날의 대표 음식 – 화전과 쑥떡 이야기

진달래화전

삼짇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바로 화전쑥떡입니다.
화전은 찹쌀 반죽에 진달래꽃을 얹어 지진 전으로, 봄의 색과 향이 가득한 음식입니다. 진달래는 식용 가능한 꽃으로, 예로부터 여성들이 들로 나가 꽃을 따고, 전을 부쳐 먹는 풍속이 있었습니다.

쑥떡은 쑥을 찧어 찹쌀가루와 섞은 후 쪄낸 떡으로, 쑥의 해독 작용과 함께 봄의 기운을 몸에 받아들인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음식들은 단순한 계절 음식이 아니라, 정화와 기원의 의례적 음식이었던 셈이죠.


👘 삼짇날과 여성 – ‘여성의 날’로 불린 이유

삼짇날은 ‘여자의 날’, 혹은 ‘여성 명절’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 날은 특히 여성들이 중심이 되는 풍속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진달래를 따고, 화전을 지지고, 들로 나가 봄놀이를 하며 자연과 하나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또한 평소 바깥 출입이 어려웠던 여성들이 이날만큼은 자유롭게 야외활동을 할 수 있어, 해방감과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날로 여겨졌습니다.

이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기여에 대한 존중이 담긴 풍습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 현대에서 삼짇날을 즐기는 방법

오늘날 삼짇날은 공휴일은 아니지만, 전통문화를 계승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화센터나 박물관에서는 화전 만들기, 쑥떡 체험, 계음 의식 재현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으며, 봄꽃 축제와 함께 연계되어 지역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가정에서도 진달래 대신 식용 꽃을 활용한 화전 만들기, 쑥떡 간식 만들기 등으로 삼짇날을 기념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가족들과 함께 야외 산책을 하며 답청절(踏靑節)처럼 봄을 즐기는 것도 현대적 계승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삼짇날은 단순한 절기가 아니라, 봄이라는 계절의 정수와 우리 민족의 생활지혜, 여성과 자연의 조화가 어우러진 전통 명절입니다.
제비가 돌아오고, 진달래가 피고, 쑥향이 번지는 이 아름다운 날에 우리는 자연과 함께 숨 쉬며 새로운 시작을 맞이합니다.

올해 삼짇날에는 가까운 야외로 나가 봄을 느끼고, 가족과 함께 화전을 지져 먹으며
옛 조상들의 따뜻한 전통을 마음속에 되새겨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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